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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이 바뀌면서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선거운동기간 이전에도 합법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그리하여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뛰어든 후보들도 많이 보인다. 벌써 플래카드도 많이 나 붙었다.
며칠 전에 민주노동당 소속의 '한 후보자'를 만났다.그를 보며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꼭 기록을 남겨 놓고 싶어 블로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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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5515번을 타야한다.
신림2동·9동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울대입구에서 이 버스를 타는 게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에, 엄연히 관악갑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관악을 지역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많이 하는 지역이다.
게다가 5515번을 타기 위해서는 줄을 길게 서서 타야 하는 구조라, 선거운동하기 딱 좋다.
(이 5515번이 완전 황금노선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길 바라며)
그 날도 집에 가기 위해 5515번 줄을 서 있었는데...
앞에서 한 후보자가 악수를 하며 다가오는 게 보인다.
그가 조금씩 다가오는데,
음... 내가 알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얼굴은 아는 사람.
내가 심정적으로 가장 가깝게 여겼던 학생정치조직 소속이었고
단대학생회장을 지냈었고, 아마 총학생회장 후보도 했었던 것 같다.
(다만 그는 나를 잘 모를 것이다. ㅋㅋㅋ)
이름이 금방 기억나진 않았으나, 보면 '아~' 할 것 같은 사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생운동을 하던 이들이
이제는 20대 후반~30대가 되어
민주노동당 후보로 각종 선거에 나서는 것들을 종종 보아왔기에
그렇게 놀랍진 않았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아직 한나라,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보지 못했다는 점...)
그는 내 앞으로도 다가왔고
명함을 주며 악수를 청하고
"민주노동당 시의원 후보 ○○○입니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지나갔다.
나를 알아보리라 기대도 하지 않았고, 역시나 알아보지 못했고
나도 특별히 아는 척 할 이유도 없었고, 아는 척 한다고 해도 그가 날 기억할리도 없고 하여
그냥 그렇게 지나쳤다.
-3-
문제는 '그가 내게 준명함'
명함의 앞면은 평범하게, 이름과 사진과 기타 등등이 있었으나
뒷면이 문제였다.
(명함 내용을 직접 옮기면, 특정인에 대한 비판이 되어 선거법 위반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애정 어린 비판'으로 받아주길 바라며...)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진보서울의 신형엔진
서울시의원 관악4선거구 예비후보 (신림본.1.2.6.9.10동)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 지방자치위원(현)
관악케이블(HCN) 독점규제 주민대책위 사무국장(현)
관악구 보건지소건립추진운동본부 집행위원(현)
서울대학교 공대학생회장(전)
21세기진보학생연합 대표(전)
교육학생연대 집행위원장(전)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전)
민주노동당 대선정책공약개발팀 교육부문 팀장(전)
WTO교육개방저지공동투쟁본부 공동집행위원장(전)
범국민교육연대 준비위원(전)
(색깔과 폰트는 최대한 비슷하게 처리하였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과연 이 명함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는 맨처음 드는 생각이
"이 친구가 아직도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줄 알고 있나..."
였다.
글쎄,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약력들을 일일이 열거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이 내용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아 이 사람이 이런 일을 한 사람이군!'
하고 무릎쳐 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진보서울의 신형엔진'이라...
어쩌면 이리도 총학생회선거 구호틱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예비후보는 이름과 약력 정도만을 간단하게 알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4-
'딴따라'가 되기로 했다면 철저하게 망가져야 한다.
음반을 팔고 매스컴을 타야 하는 연예인은
그 자신이 얼마나 높은 이상을 지녔든간에
철저하게 대중의 취향에 맞춰 이미지를 세팅해야 한다.
인기를 얻고 공간을 확보한 그 다음에
자신의 얘기를 해도 늦지 않다.
김미화가, 권해효가... 사회참여성 발언을 할 때
우리는 그가 '괜찮은 연예인'이면서도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걸 알기에 박수치는 것이다.
만일, 그가 연예인으로서는 전혀 이름도 없고 활동도 별로였다면
우리는 그를 기억조차 하지 않을 것이며, 그가 내는 목소리 역시 묻히고 말 것이다.
비선조직이 아닌, '민주노동당'이라는 대중정당을 택했고
장외투쟁이 아닌, '의회민주주의'라는 대중전략을 택했다면
그 중에서도 '선거'라는 공간을 택했다면
그는 '철저하게' 대중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과는 다른 이미지로 접근해야 할 수도 있다.
선거에 나섰다는 것은
'선거'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나의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피력하고
나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자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비굴하더라도
'다만 한표라도' 더 얻을 수 있는 전술을 써야 한다.
그냥 내 주장만 늘어놓을 것이라면, 선거보단 다른 방법이 낫지 않겠나?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반대급부'만 얻을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대안세력이 될 수있음을 보여라.
믿음을 보여라.
그러기 위해서는 '거부감'부터 제거해야 한다.
아직도 민주노동당은 '대중정당'이 되지 못했다.
좀 더 망가져라! 좀 더 타락하라!
최소한 선거판에서만큼은 말이다.
-5-
학생회 선거때는
평소의 그 정치적 색깔 다 버리고
정치조직 이름도 싹 숨기고
열심히 복지공약에 치중하면서
그렇게 이미지 선거를 잘 하더니
왜 나와서는 그걸 못하나?
어차피 선거란 그런 것인데.
뭘 그리 '고고한 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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