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된장녀'는 사실 두 가지 의미가 혼재되어 있다.
'초기 된장녀 논쟁'과 '후기 된장녀 논쟁'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얘기되고 있는 것이다.
개념부터 바로 잡아 보자.
'된장녀'의 정확한 의미가 뭐야?
<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
초기 '된장녀' 논쟁은 스타벅스 논쟁에서 출발했다. '한국 스타벅스'의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비싼데도, 한국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기사가 발단이었다.
스타벅스의 주고객층이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다 보니 '여자들은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신다'로 귀결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소비 경향' 강한 여성 전체를 공격하는 양상으로 변했고, '스타벅스'를 벗어나 '고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경향 자체로 확장되었다.
‘성(性)대결’로 번진 스타벅스 논쟁
[쿠키뉴스 2006-07-20 09:49]
이 시기까지의 '된장녀'는 어느 정도 '문화적 논쟁'이었다.
'소비 행위'를 순수하게원가 대비 비용의 개념으로만 바라보는 논리와
문화적 관점에서의 효용성까지 고려하는 논리의 충돌 정도로 봐 줄 수도 있었다.
문제는 이 논쟁이 '스타벅스'라는 한 브랜드를 넘어 '성대결'의 양상을 띠면서, 본말이 전도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한 번 논제를 어긋난 논쟁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군대, 임신·육아, 성차별, 성폭력 문제는 사실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번 '성대결'로 번져버리면, 더이상 '스타벅스'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상대 性'에 대한(엄밀히는 남성이 가진 여성에 대한) '평소의 불만'이 쏟아져 버린 것이다.
거기에 김옥빈의 '할인카드 발언'이 전파를 타면서 제어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할인카드가 분위기깨"..김옥빈, 방송발언으로 곤욕
[스타뉴스 2006-08-01 17:57]
(개인적으로 김옥빈이나, 김옥빈 소속사나.. 참 개념 없는 애들이란 생각.
설사 저렇게 실제로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방송에서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 그걸 안 짜르고 그냥 내보낸 PD도 참..)
이 시기부터의 '된장녀'는 약간 의미가 바뀌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한 데이트 비용 관행'이 본격적인 주제가 된 것이다.
'스스로는 능력이 없으면서 주변 남자의 경제력에 의존해 규모 이상의 소비를 일삼는 여성'들이 주 타겟이 된 것이다.
'초기 된장녀'와 '후기 된장녀'
다시 말해 '된장녀'는 현재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초기 된장녀'는 스타벅스 논쟁으로 대표되는, '브랜드 취향에 대한 문화적 편견' 혹은 '규모 이상의 소비에 대한 비판'이 주제였다면
'후기 된장녀'는 '남녀의 불평등한 데이트 비용 관행'이 주가 되는 것이다.
현재 각 매체에서 경쟁적으로 '된장녀'에 대한 기사와 칼럼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비판 혹은 옹호하다보니 더욱 더 혼란스러운 상황도 연출된다. '초기 된장녀'에 대하여 옹호하는 내용의 칼럼에 '후기 된장녀'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리는 현상들이다.
이 둘을 구별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
[문화수첩]‘된장녀’가 어쨌다고…
[경항신문 2006-08-06 17:27]
허영부리는‘된장女’ vs 궁상떠는 ‘고추장男’
[조선일보 2006-08-04 03:04]
'초기 된장녀' 논쟁은 비판할 가치도 없다
사실 처음부터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자기 돈 내고 비싼 커피 마시겠다는 그걸 비판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말이 안 됐다.
게다가 그걸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그리 떳떳하진 못했으니
막말로, 그들이 그렇게 소비를 줄일 생각을 않는'성구매 비용' 한 번이면 스타벅스 커피 값 열 몇 잔이 나오고..
유흥업소에서 몇 시간 노는 비용 한 번이면 웬만한 '명품' 하나가 나온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 비용을 허튼 데 쓰는 돈으로 인식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조금도 아낌없이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게다가 성구매 행위는 불법이며, '실질적인 피해자'를 양산한다.
이에 비하면 스타벅스는 정말 '비판꺼리'도 아니다.
상품의 가격이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만 안다면 나올 수 없는 비판.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감성경영'에 대한 몰이해는 '지적 수준'을 의심하기에 충분할 지경이다.
그런데, 왜 이 '초기 된장녀' 공격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는가?
"그 비용은 주로 남자들이 댄다"는 '피해의식'이 중요한 키워드.
이 지점이 '후기 된장녀'로 넘어가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남자 골수까지 빼먹고 맨날 명품 사 보내라는 미친 된장녀들'
'(일부) 여자들이 과소비 지향성'과
'(일부) 여자들의 경제적 종속성'이
묘하게 결합된다.
"데이트할 때 비용은 남자가 대는데, 저들은 비싼 것만 고른다"는 거다.
맞다. 그런 여자들이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 주변에도 있다.
21세기가 벌써 6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도,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주로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또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믿는 조만간 도태될 것이 분명한 족속'은 분명 아직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중 일정 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소비를 지향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왜 그들에게 '기꺼이 돈을 썼는가'?
꼬시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뭐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내 알 바 아니나
그 동기야 어떠했든 간에,
그들에게 돈을 쓰기로 결정한 것은 자신들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비용 대비 효과'의 개념으로 접근해 볼 때,
단지 '비용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알뜰'한 그들이
'비용 대비 만족'을 기대하지 못할 투자처에 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고
분명 무언가 '기대한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한 바'를 충족했다면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선택한 '경제 행위'에서 의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여
왜 엉뚱하게 '된장녀'라는 말도 안 되는 공격대상을 만들어 분풀이를 하려는 것인가?
너무 말을 돌려서 했나?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 보자
"지가 좋아서 꼬실려고 돈 썼으면서
그래서 결국 못 꼬셨으면 지 못난 탓이지
지가 못 꼬셔놓고 웬 지랄?"
열등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건전한 열등감은 자기 발전의 동기가 된다.
열등감에서 기인한 분노는, 때론 사회 변혁의 불꽃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발전 없는, 단지 공격만을 위한 분노의 표출은
열등감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고
자신을 더욱 '못난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된장녀 키우기’ 게임까지…도대체 마초의 끝은?
[쿠키뉴스 2006-08-07 10:35]
인터넷에서 본 '적나라한 표현' 하나 인용하며 끝내보자.
"왜 내가 마르쉐 아웃백 베니건스 TGI도 사 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스타벅스 파스구찌 가서 커피도 사 주고 존내 사줬는데,
명품 가방 사주진 못해도 명품 열쇠고리나 지갑도 사 주고
싸이 도토리도 사 줬는데 왜!왜!왜!
왜! 왜! 나랑 안 자준 거야!
왜 가슴도 못 만지게 한 거야?
왜 찬 거야?? 왜왜왜왜왜!!"
덧붙임 :
'된장녀'를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주로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믿는 조만간 도태될 것이 분명한 족속'
으로만 한정 지어 정의한다면
기꺼이 비판의 대열에 동참해 줄 용의는 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여성의 적'이다.
허나, 걔네들은 그렇게 살라고 냅두고 신경 끄시고
그렇지 않은 여자들을 꼬시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된장녀'가 정말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당신들의 잘못된 관념부터 고치시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에 투자하면 경제는 건전해진다.
세상엔 정말로 괜찮은 여자들이 많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